박인혁의 회화는 몸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수련해 온 무술과 신체 훈련을 통해 몸이란 감각과 기억이 응집되고 서로 순환하는 하나의 우주라는 사실을 익혀왔고 몸의 긴장과 이완, 호흡과 리듬의 변화들로 만들어진 흔적들을 캔버스에 남겨왔다. 손(몸)과 붓(도구)을 함께 사용하는 화법은 충동적인 에너지와 파동의 떨림, 호흡의 차분한 질서와 누적된 시간의 깊이를 함께 표현한다. 그는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받지만 자연의 형상이 아니라 태초의 움직임과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자연성에 몰두한다. 따라서 어느 하나의 상태로 완결될 수 없는 생동하는 과정 그 자체로서의 회화를 보여주고자 하며, 그의 회화는 직관과 구성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미완 속에 머문다.
이예주는 옷을 개인의 시간과 감정이 축적되는 기억의 상징물로 생각하며 이를 회화 언어로 전환한다. 오래된 옷에 남아 있는 색의 바램, 마모된 질감, 재봉 자국은 지나간 시간의 물질적 흔적들이다. 작가는 그것들을 화면으로 다시 구성하는 회화적 과정을 통해 시간과 기억을 보존하고자 한다. 디지털 기록이 빠르게 쌓이고 사라지는 시대에도 회화 작업은 느린 속도와 지속적인 시간을 필요로 한다. 새로 짜여진 캔버스 위에 그려진 새로운 그림은 물질에 담긴 기억이 미래의 시간으로 연속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